아마 2020년 말이거나 2021년 초였던 것 같습니다. 어느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글을 보았는데, 막걸리를 아주 쉽게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밥과 누룩과 물만 섞으면 막걸리가 되니 누구나 쉽게 막걸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죠. 평소 술을 담그는 것에 로망이 있던지라 그 말을 보고 바로 막걸리 빚는 법을 더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막걸리 빚는 법을 더 찾아보니, 그 글에서 설명했던 것만큼 단순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밥솥에 지은 밥이 아닌, 찜기로 쪄낸 고두밥이 필요하고, 온도도 잘 조절해야 했습니다. 철저한 소독과 누룩을 고두밥과 아주 잘 섞기 위해 노동이 들어가는 건 덤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찾는 자료마다 레시피가 제각각이었습니다. 물론 원래 막걸리란 게 집집마다 다른 술이니 각자 자기만의 레시피가 있는 것이겠지만, 첫 시도에 실패를 줄이고 싶은 마음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동시에 제공해주는 자료를 찾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발견한 게 '술익는집'이라는 유튜브 채널이었습니다.
자신이 실패했던 다양한 경험과 그 원인을 함께 설명해주고 있고, 모든 절차에 관하여 자세한 설명을 포함하고 있어 위 영상에 나온 방법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여러 자료에 따르면 술을 세 번 빚는 삼양주가 한 번만 빚는 단양주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낮다고 했지만, 빨리 막걸리를 만들어 먹어보고 싶었던 저는 우선 단양주부터 시작해보았습니다. (게다가 삼양주는 필요한 재료도 많고 훨씬 귀찮은 과정이 필요함)
점점 위의 노란 청주가 뜨는 게 보입니다.
그리고 광목천을 이용해 막걸리를 짜보았습니다.
직접 담은 첫 막걸리
한동안 가만히 두었다가 위에 뜬 맑은 술만 거르면 청주고, 아래 가라앉은 탁한 부분(탁주)에 물을 섞으면 막걸리가 됩니다. 적당히 물을 섞어 마셔보았는데, 숙성을 시키지 않아서인지 그렇게 맛있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단맛도 거의 없어서 설탕을 섞었습니다. 그리고 직접 담근 발효주라서 온갖 성분이 있어서 그런지 먹고나서 머리가 심하게 아팠습니다.
이후에 다른 방식으로도 막걸리를 만들어보았으나, 기대했던 것만큼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습니다.(무엇보다 충분히 숙성되기 전에 마셔서 그런 면도 큰 듯)
그래서 한동안 막걸리 만들기에 관심을 끄고 살았다가, 2021년 말이 되어 날씨가 추워지자 다시 직접 빚은 막걸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 하고 한 번 더 도전하려고 정보를 찾다가
이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익히지 않은 쌀가루를 이용해 막걸리를 담는 건데, 기존의 일반적인 막걸리 빚는 방법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쉽습니다.
좀 거칠게 말하면 그냥 쌀가루 사다가 누룩이랑 물이랑 섞으면 땡인 정도.
물론, 익히지 않은 쌀가루를 사용하므로 그에 맞는 무증자용(익히지 않은 곡식용) 누룩이 필요합니다.
이 레시피는 술을 두 번 빚는 이양주입니다. 따라서 밑술과 덧술이 필요합니다.
막걸리를 빚을 때는 21~25℃가 적절하다고 합니다.(25℃가 넘어가면 젖산균이 활발해져 술이 시어질 수 있음) 방 온도가 너무 높아서 이날부터는 창문을 열고 보일러를 줄였습니다.
그리고 이 날 작은 병에 막걸리를 하나 더 빚었습니다.
이 날 거른 술은 막걸리 6병과 청주 1병으로 나왔습니다.
병이 부족해 남은 술은 큰 유리통에 옮겨놓았는데, 병입하는 게 귀찮아서 미루다가
20일 정도 지나서야 마저 병에 넣었습니다.
쌀가루 4kg으로 총 막걸리 7병(4.5L 추정), 청주 1병 반(1.3L 추정)가량이 나온 것입니다.
맛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실제로 느린마을 막걸리와 비슷한 느낌이었고, 맛도 아주 좋았습니다.
은은한 단맛이 있는데, 더 달달하게 먹고 싶어 꿀을 섞었습니다.
막걸리는 원주2 : 물1 의 비율로 희석했으나 여전히 진해서 이렇게 얼음잔에 섞어마셔도 맛있었습니다.
청주는 제법 에탄올 함량이 꽤 높은 느낌(15% 이상)인데 워낙 진하고 달아서 부담 없이 들어가는, 위험한 술이 되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맛있게 나와서 놀랐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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